[추억의광고 옛날CF][당신의 능력은 결제수단이 아니다] 정우성CF 고소영CF 삼성카드광고모음

광고 Story 2013. 5. 27. 23:53

먼저 정우성 고소영이 출연한 삼성카드광고를 보신 소감이 어떠신지 묻고싶다. 반응이야 제각각일테지만 딱히 좋고 싫고의 양분되는 판단은 드물것 같다. 어떤측면에서는 좋고 또 어떤면에서는 불편할 것 같다. 사실 광고포스팅의 한계라는 것이 있다.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것 같다. 30초내외의 짧은 영상을 영화처럼 혹은 드라마처럼 그것도 아니면 4~5분가량의 음악분량이라도 되면야 이렇다 저렇다 할말도 많아지고 나름의 분석과 이야기를 풀어낼 건덕지(?)가 있는데 30초내외의 광고를 그런 장르와 비슷한 잣대와 기준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솔직히 버겁고 어려운일이 분명하다.

 

▶삼성카드 정우성 고소영 당신의능력을보여주세요

 

가령, 소설을 읽고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 나름의 평을 쓴다면 A4 한장분량정도는 누구나 쉽게 쓸수가 있을 것이다. 물론 잘쓰고 못쓰고의 문제는 나중이다. 하지만 3줄 혹은 많아봐야 10줄내외의 시를 읽고 평을 쓰라고 하면 과연 몇분이나 A4 한장분량의 평을 채울 수 있을까. 광고에 대한 평과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보통은 그리고 이 블로그의 특성상 광고에 출연하였던 인물중심의 이야기와 전체적인 분위기, 광고BGM에 관한 것들, 다른 경쟁 브랜드와의 비교 정도를 이야기하는데..

 

서두가 길었다. 이 삼성카드광고는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 그리고 지난 광고포스팅과 달리 쓴소리가 주를 이룰 것 같다. 보통은 A4 한장도 버거운 포스팅이지만 이 삼성카드광고는 예외로 A4 3장의 평도 가능할 것 같은데 그만큼 이 광고에 불쾌를 넘어 심히 짜증스럽다. 2000년대 초반광고이니 상당히 뒷북일수도 있겠지만 잊지마시라 이 블로그의 주테마는 옛것에 대한 것이란 것을.

 

  

 

얼핏 보면 삼성카드광고 정우성 고소영편의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는 컨셉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고급스럽고 세련되 보인다. 그리고 프랭크시내트라 My way 라는 올드팝 거장의 음악을 BGM으로 삽입하여 향수어린 감정도 불러일으키며 멋진 두 남녀배우의 모습만이 아닌 여러가지 요소로 감상자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멋진 카페, 도심을 여유롭게 달리는 자전거, 요트 위에서의 두남녀, 친구와 함께하는 멋진 연주 등 컨셉의 호화스럽고 고급스러움은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애초에 카드광고와 핵심카피인 '당신의능력을보여주세요'라는 1차적인 매치를 잘못시켜 나머지 부가적인요소 전부를 부정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낳는다. 

 

삼성카드 정우성 고소영 

 

먼저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는 카피는 좋다. 성공도 중요하지만 인간은 소모품이나 기계가 아닌이상 행복해질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행복을 안겨 주는 요소가 소비재 물건에 대한 결재로만 가능한 것처럼 묘사하는 부분은 옳지 않을뿐더러 물질만능주의의 전형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과연 인간의 행복이라는 것이 쇼핑하고 결재하고 그것으로 100% 만족되어지는 개념일까? 더욱이 그런 물질만능주의를 위해서 자신들의 삼성카드를 이용하라니..  이것을 이해하기 쉽게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성공보다 중요한 행복은 쇼핑으로 대체되고 쇼핑하기 위해 돈빌려줄테니 우리 삼성카드를 써라.

 

 

필자의 생각이 특별히 비약인가?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멋진 배우들과 고급스런 배경, 좋은 음악과 우정, 사랑이라는 이미지를 적당히 버무리고 포장해 놓았지만 결론은 필자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용카드라는 것은 모두가 알듯이 빚의 개념이고 빚내서 선물하고 쇼핑하는 친구를 멋진 친구라고 말하는 왼쪽편 자전거탄 친구의 독백은 기가찬다. 과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와 이 광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끔 만드는 설정과 카피는 도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광고와 마케팅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들도 이렇게 멍청한 광고를 만들지 않을 것 같다. 

 

당신의능력은 결제를 통해서만 보여지는가? 

 

 

한술 더 떠서 광고 말미에 나오는 '사랑하는이를 위해 당신의 능력을보여주세요'라는 나래이션은 듣는 순간 이것이 단순히 광고카피와 광고컨셉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현재 사회가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적나하게 보여준다. 인간의 능력은 물질을 소유할 수 있는 결제능력의 유무이며 그렇지 못한 자는 무능력으로 단정지어 버리는 너무도 무책임한 이 광고를 고발하고 싶다. 그것도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대기업 삼성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물론 이 삼성계열 카드회사의 광고 하나로 삼성그룹 전체를 욕할수도 없고 그것은 확대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식으로든 행동의 파장이 국지적이지 않고 범국가적인 대기업의 광고는 조금 더 신중하고 그만큼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돈이 능력이니 결제를 하여 능력을 보여주고 그럴 능력이 안되는 이들에게는 삼성카드를 줄테니 빚내서 결제하라는 이 어처구니 없는 사고방식이 어쩌면 수많은 노동자와 협력업체들의 암묵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현재의 대한민국 기업문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BC카드 김정은

어쩌면 필자의 이런 트집잡기식 비판이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너무 삐딱한 시선이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레코드가게 안에서 음악을 듣는 김정은에게 지난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광고, 사랑도 할부가 된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같이 살고 싶다는 프로포즈광고(이상 BC카드), 복종하지말 것이며 자신만의 인생에서 자신만의 주먹을 뻗으라는 광고, 카피하는 인생대신 자신을 멘토삼아 자산을 뛰어넘는 삶을 강조하는 광고(이상 현대카드)에서 느껴지는 인간미와 철학적인 메시지는 이 삼성카드광고에서 찾아볼 수 없다. 단순히 쓰고 소비하고 과시하라라는 의미만 예쁜 포장지에 잘 감싸져 있을뿐.

 

광고는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첫번째 노크이며 그렇게 열린 지갑이 자신들의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두번째 목적임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광고들이 어떤식으로 포장되었든 이것은 변함없는 광고주와 광고제작자들의 목표이다. 하지만 그것을 꼭 본색을 들어내며 맹목적으로 요구할 필요는 없다. 또한 그것이 절대적으로 상품의 판매와 기업의 매출증가에 전적으로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뻔히 보이는 상술은 소비자의 반감과 반발만 유발시킬 수 있다. 이 삼성카드 광고가 그렇다. 

 

▶BC카드 김정은 비씨로사세요

 

 

결국 할부로 사랑하는 연인과 살고 싶은 마음이든 자신을 뛰어넘는 멘토를 가지든 그것은 그들 카드광고의 일부를 은연중 홍보하는 것이며 자신들의 브랜드가 가진 장점을 암시하는 것이지만 삼성카드 컨셉과 다른점은 역시나 감성을 담아냈다는 것이고 소비라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듯 필연적이고 효율적인 소비와 결제의 범위안에서 자신들의 브랜드와 카드가 어떻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자신들의 카드를 쓰는 고객에게 어떤 마음자세로 자신들의 카드를 쓸 것을 권유하는지 보여준다. 

 

이것은 얼핏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고객을 대하는 그들의 입장이 얼마나 다른지 확연히 보여준다. 소비능력이 인간의 능력이며 그것이 절대 진리인 것처럼 말하는 삼성카드는 고객을 자신들의 그릇된 경제이론 안에 가두고 행복이 물질만능이라 교육시킨다. 하지만 BC카드와 현대카드는 고객을 자신들의 이론에 가두는 것이 아닌 고객과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하는 반려자임을 인지시킨다. 고객이 과거를 추억하고 싶고 미래를 설계하고 싶을때 옆에서 응원하는 반려자가 되어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엄연히 삼성카드와 차별화된다.

▶현대카드 멘토편 Make your rule

 

글을 마치면서 현재 경제인구당 신용카드 소지갯수가 4장이상이라고 한다. 연 카드사용금액은 국가총예산을 넘어 550조를 넘어섰고 제때 카드대금을 상황하지 못해 카드연체로 고생하는 인구는 300만명이상이라고 한다. 이렇듯 신용카드는 현대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결제수준으로 자리매김했고 국가의 존망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만큼 영향력과 파급효과도 커져버렸다.

 

하지만 이런 신용카드에 대한 국민적 교육과 성찰이 진지하게 의논된적이 있었나 반문하고 싶다. 카드사들의 과열된 경쟁과 무분별한 발급으로 2000년대 초반 심각한 버블로 흔들렸던 국내경제상황을 기억한다면 한번쯤 카드사용자에 대한 올바른 소비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카드사 스스로도 성찰과 반성을 통해 고객과 상생하는 진실함을 보여줘야한다. 그것이 대기업 신용카드사와 불법대부업체와의 차이일 것이다.

 

적어도 소비가 능력과 동일시되며 소비와 결제가 인생의 행복이라는 말로 고객을 유혹하고 결국에는 파국으로 내몰아 그들의 인생 자체를 늪에 빠뜨리는 양아치스러운 행태가 광고라는 그럴듯한 미사어구로 포장되어 미화되도록 좌시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