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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드라마 무더기 결방사태, 당신의 올림픽은 안녕하십니까
이상화선수가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 소치동계올림픽 여자500미터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빛레이스를 펼치며 2연패를 달성했다. 이런 그녀의 역사적 기록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녀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이번 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어느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방송가 역시도 동계올림픽 열기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MBC 빛나는 로맨스 37회, 수백향 89회, 미스코리아 17회 무더기 결방사태!!
하지만 고조되고 있는 동계올림픽 열기에 마냥 즐거워 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바로 동계올림픽경기 중계로 기존에 예정되었던 방송프로그램이 결방되며 시청자들의 혼선을 초래했기 때문인데 매번 올림픽, 월드컵 등 국직한 국제대회가 벌어질때마다 반복되는 방송사간 중복방송과 기존프로그램 결방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고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한 방송사의 확실한 원칙과 시청자를 이해시킬 방법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 같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은 선택된 사람들이 국가를 대표해 활약함으로써 국민의 화합을 이끌어내는데 의미가 있고 나아가 국가간 스포츠교류와 그것을 토대로 민족간 역사, 문화 등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는 등 많은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하기에 이런 중요한 의미를 지닌 국제행사에 대한 방송우선 편성은 기본적으로 크게 잘못된 일일수 없다. 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시청자들의 시청권리 역시도 존중되어야 한다.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원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방송프로그램 시간과 방영은 시청자와 방송사간의 사전 약속이며 실질적인 국민의 여론을 결정하는 방송국의 중요한 역할만큼이나 그 약속의 중요성은 클 수 밖에 없다.
물론 어떤 일을 처리하고 해결함에 있어 경중이라는 것이 있다. 각 방송국의 개별프로그램과 국가적 행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경중을 따질때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당연히 국가적 행사 프로그램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적 행사를 보도하고 알리는 것은 그 집단에 속한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꼭 알아야 할 문제이거나 공통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하여 너와 나, 우리를 대표하여 출전한 선수의 경기소식을 우리는 당연히 알수 있어야 하며 지켜볼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된다.
그렇다면 이번 MBC드라마의 무더기 결방사태를 그런 논리로 단순히 묵인하고 넘어가야 할까? 명확히 이야기하자면 올림픽 등 국가행사로 인해 기존프로그램들이 결방되거나 연기된 사실이 잘못되었다기 보다 그것을 행하는 과정에서 첫번째로 방송사가 시청자를 얼마나 잘 이해시키고 유연하게 대처했는지 두번째로 그런 결정에 얼마나 올바른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느냐이다.
올림픽에서는 경기일정이라는 것이 있다.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각 종목의 경기들이 진행되며 이 스케줄은 적어도 대회개최 수개월전에 확정될 것이다. 왜냐하면 선수들은 그 경기일정에 맞춰 출국날짜를 정하게 되고 일정에 맞춰 자신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할 것이기 때문인데 이번 MBC드라마의 무더기 결방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듯 사전에 충분히 알 수 있는 경기일정이었음에도 MBC는 여자컬링 국가대표경기 하루전에 이르러서야 드라마의 결방을 결정했는데 MBC는 이번 여자컬링 국가대표 경기일정을 미리 숙지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렇게 사전 공지없이 단 하루만에 방송변경을 시도해버린 무책임한 MBC에 시청자들은 저녁시간내내 혼란스러웠고 언잖아야 했다. 물론 이런 급작스런 변경에 대한 변명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통상 토너먼트 경기인 경우 다음라운드 진출을 100% 확신할 수 없기때문에 다음 라운드 진출시 추가편성이라는 형식으로 방송을 변경할 수 있고 이런 경우는 부득이한 사례로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지만 이번 컬링 경기는 참가국들과 정해진 세션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즉 이미 세션 12까지 일정이 확정된 경우였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왜 MBC는 경기 하루전날에 이르러 무리하게 긴급 중계편성을 한 것일까.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방송사간 중계합의가 지연된 이유와 그것을 놓고 상업적 논리로 이해득실을 타진한 그들의 행태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사태의 책임은 MBC만의 문제가 아닌 방송국 전체의 문제로 심각성을 더하는 것이다.
가령 이런 가정을 할 수 있다. 컬링경기는 비인기 종목임은 물론 올림픽 메달 가능성도 희박하여 올림픽에서조차 다른 종목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는데 금메달이 유력한 이상화선수의 중계에는 방송3사가 전부 나서는 적극성을 보였음에도 이번 컬링 경기는 효율적인 전파의 사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방송사간 합의를 통해 밀어내기식 중계를 모의했다는 의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치졸한 합의를 의심할 근거로 오늘 결방된 MBC드라마들이 전체적으로 시청률이 저조한 방송이었다는 공통점이 있고 MBC는 저조한 시청률의 드라마를 희생양 삼아 다음 주요 경기 및 인기드라마의 시청 일정을 양보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의 눈초리는 피하기 힘들 것 같다.
물론 방송사간 합의로 다소 중복되는 방송전파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운영하는 유연함은 필요하다. 하지만 왜 이상화선수의 경기와 쇼트트랙 전경기는 방송3사의 중복이 용인되며 컬링경기와 같은 비인기 종목만이 폭탄돌리기식 방송합의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는 명백히 형평성의 원칙에 맞지 않을 뿐더러 다분히 우리가 짐작하는 그것때문에 벌어지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비인기 종목의 천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결정을 내림에 있어 시청자의 시청권과 의견은 철저히 외면받았다는 사실이다. 백번 양보하여 인기있는 종목은 중복 중계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비인기종목은 방송사간 돌아가며 중계하는 것으로 결론낸 것을 묵인한다고 해도 그런 사실을 사전 공지와 양해를 없이 무책임하게 실행 한 것은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동이다.
결과적으로 MBC는 컬링경기의 중계를 어차피 시청률이 저조한 드라마의 희생을 통해 메꾸었고 앞으로 다른 종목의 유리한 중계 일정과 자사 인기드라마 방영에 할애할 수 있도록 되었다면 너무 큰 비약은 아닐 것이다. 이 같은 방송국의 행태에 지금껏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낮은 시청률에도 성원과 응원을 보내준 드라마 시청자와의 약속은 파기됐고 이해득실에 따라 난도질 당한 프로그램편성에 시청자들은 배신당한 것이다.
음모론의 대두와 월드컵 속 묻혀진 미순 효순이 사건
방송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담고 있어야 하고 다양한 시청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것은 온국민의 이목이 올림픽과 국제행사 등으로 집중된 순간에도 유효한 일이다. 또한 다수의 사람들이 올림픽과 월드컵에 열광해도 그에 편승하지 못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음을 이해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일 것이다. 하나의 주제로 모두가 몰입되고 열광하는 일은 과거 전체주의, 공산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기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언론과 방송미디어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며 올림픽과 같은 하나의 주제에 몰입되도록 부채질할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음모론이다. 어떤 정치적 스캔들을 숨기기 위해 조작되고 은폐되는 진실은 어김없이 국민들의 시선이 다른 곳을 바라볼때 그 수면아래에서 행해지고 있다며 사람들은 그런 음모론을 제기한다.
어쨌든 꼭 이런 정치적 의도가 아니더라도 획일적인 언론의 여론몰이와 시청자의 다양한 시청권리 박탈은 근본적으로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하찮게 여기는 방송국의 몰지각한 행태이며 명분조차도 편협한 그들만의 시장논리일 뿐이다. 또한 넓게 보면 열띤 축제를 우산삼아 다양한 이들의 욕구와 의견을 가리고 그들이 의도하는 것만 보게금 만드는 현실왜곡의 시작이 아니라 확신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 MBC드라마의 무더기 결방은 드라마의 시청과 결방이라는 단순논리가 아닌 조금 더 디테일하고 심각한 문제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월드컵의 열기 속 신문6면 하단 단신으로 처리된 미순효순이 사건의 판박이 사건이 오늘 당신이 본 인터넷뉴스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 결과의 가장 하단에 없었다고 당신은 확신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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