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 영도의 서툴지만 묵직한 사랑이 애달프다. 그리고 그의 다음 사랑이 기다려진다.

드라마리뷰/OST 2013. 12. 7. 00:05

 

은상 너는 나의 첫사랑이야..

 

서툴지만 묵직한 최영도의 은상에 대한 사랑이 애잔하다. 호텔 제우스의 상속자로써 전부를 가진 듯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듯 보이지만 영도에게는 아직 손에 쥔 그 어떤 부와 명예보다 떠난 어머니의 빈자리와 그 모든 상황을 만든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더욱 먼저 와닿는 열여덟 아직 어린 청춘이었다. 어머니가 떠난 이후 엇나가는 그를 보며 사람들은 벌레보듯 무서워하며 피하였지만 그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러준 은상은 어쩌면 어머니 이후 처음으로 그가 마음을 열고 기대고 싶었던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영도는 3년전 어머니가 자신을 떠나던 그날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 것에 대해 후회와 괴로움으로 살아왔고 그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스스로 망가지고 엇나가는 길을 택한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만으로는 부족했던 그는 그 사건의 일부 책임이 있다고 우기고 싶은 김탄을 미워하는 것으로 자신의 괴로운 심정을 보상받고 싶어했다. 

 

은상이 건네는 따뜻한 걱정과 위로가 좋아져버린 영도..

 

특히 3년동안 한순간도 편치 않았던 자신과 달리 제국그룹의 비호아래 어머니, 형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차은상까지 너무도 잘 살고 있는 듯한 김탄이 영도는 어쩌면 못마땅했으리라. 영도가 은상이 처음 제국고로 전학왔을때 비밀에 쌓인 은상이 김탄의 치부일거라 생각하며 집요하게 괴롭혔던 것은 그런 목적이 다분했다. 하지만 은상을 알아갈수록 영도는 김탄이 왜 은상을 좋아하고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되는데 그때부터 영도는 김탄에 대한 지난 원망과 복수심보다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는 은상과 그럼에도 은상을 놓고 싶지 않은 익숙치 않은 자신의 감정 그리고 자신과 달리 그녀의 마음을 잡고 있는 김탄에 대한 질투로 혼란스러워진다. 그의 일방적이고 애달픈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영도의 은상에 대한 사랑은 서툴렀고 다소 비겁했다. 상대를 이기고 올라서야 살아남을 수 있는 어른들의 세계를 아버지로부터 훈육받아온 그는 처음 자신이 빠진 사랑이라는 감정과 매개체인 은상 역시도 쟁취할 수 있고 김탄을 이김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김탄에게 찾아가 차은상을 놓아주는 것이 너와 차은상 둘다 사는 길이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영도를 보며 잠시 잠깐 그에게도 자신이 원망했던 아버지와 같은 쟁취욕과 다소 삐뚫어진 야욕같은 감정을 볼 수 있었는데 비겁한 전략도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선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아버지로부터 배워온 그의 사랑이 어쩌면 그정도 수준에 머무를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김탄과 출발선부터 달랐던 영도의 사랑..

 

결국 영도는 가진 것이 많고 지킬 것이 많다고 여겼던 김탄이 자신의 예상과 달리 약혼과 상속자리 등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은상을 지키려 한다는 것을 알았을때 은상과 김탄의 사랑을 가볍게 보았던 자신의 덜 성숙한 자아와 그 둘을 갈라놓을 수 있을거라 믿은 자신의 행동이 비겁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의 그런 심경변화는 드라마 상속자들 극후반 아버지에 의해 김탄이 집안에 감금되었을때 김탄이 은상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김탄의 어머니가 학교앞에서 김탄과 극적인 해후를 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돕는 등의 변화로 이어졌는데 아프지만 그만큼 성숙하고 잘못했던 과거를 뉘우치며 반성할 수 있는 열여덟 아직은 때묻지 않은 순수한 청춘의 모습을 영도에게서 볼 수 있었다. 비록 부와 명예 등 많은 것을 가졌지만 그것이 순수한 사랑을 하지 못할 이유가 되지 않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영도는 자신이 할수 있는 방법으로 은상에 대한 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것이 완전히 김탄에게 은상을 넘겨주는 일일지라도 은상의 행복을 바라고 은상이 자신에게 보여준 따뜻함에 서툴리지만 진심어린 감사라는 것을 그도 은상도 알았으리라 생각된다.   

 

  

 

한편 만약 김탄보다 영도가 은상을 먼저 만났다면 지금과 같이 영도는 은상을 좋아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 개인적인 대답은 그렇다이다. 어렵게 살지만 항상 밝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은상은 누구에게라도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소녀였고 거칠고 삐뚫어진 영도 역시도 김탄에 대한 미움으로 시작된 집착없이도 그녀의 따뜻한 마음에 이끌려 사랑하게 되었을 것이다.

 

다만 은상 역시 표면적인 씩씩함에도 속으로 앓고 있던 삶의 버거움으로 누군가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했는데 김탄과 영도의 차이라면 영도는 아직 누군가를 따뜻하게 품어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영도의 잘못이 아니다. 김탄이 어머니와 형 그리고 선배 이효신 등 그를 아끼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관심과 사랑으로 베풀수 있는 마음을 배운 것과 달리 영도는 철저히 혼자였고 받아 본적 없는 사랑으로 그런 따뜻한 마음을 배울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그의 사랑이 애달프고 안쓰러운 것은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시작된 사랑이기때문이며 어떤 측면에서는 김탄과 같은 출발선상에서 시작하지 못한 사랑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8회에서 은상모가 차려주는 밥상에 영도는 격한 마음의 동요를 보이고 김탄과 영도가 싸운 다음날 김탄의 형인 김원과 영도가 호텔 제우스 로비에서 마주쳤을때 '내동생과 싸운것이 영도였냐'라는 김원의 말에 '형있는 애들은 건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가 그걸 잠시 잊고 있었네요'라고 말하는 영도를 보며 그가 어머니없이 보내야 했던 3년이라는 사춘기와 여전히 아물지 않은 그의 외로움이 그의 일방적인 은상바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

 

영도의 다음 사랑을 응원해!!

 

그에게 그의 아픔을 함께 해줄 형제와 가족 그리고 친심어린 친구들이 있었다면 그는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테고 어쩌면 은상은 그런 영도를 좋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적어도 김탄과 영도사이에서 은상은 조금이라도 흔들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의지대로 시작되지도 선택할수도 없었던 애달픈 첫사랑이었지만 그것을 통해 이제 영도는 뒤틀린 과거에 대한 자괴감을 벗어던지고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그에게 찾아올 다음 사랑을 따뜻히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서툴었지만 진심어렸던 그의 첫사랑이 묵직했던 이유이며 그의 다음 사랑이 기대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