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주의보 결말을 보면서 생각난 바보온달과 신데렐라

 

 

바보온달과 신데렐라이야기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SBS일일드라마 『못난이주의보』가 종영을 맞이했다. 파란만장하고 우여곡절 많았던 준수가 그를 알아봐주는 여자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사랑과 꿈을 이루고 가족을 지켜내는 과정을 보여주었던 이 드라마는 따뜻한 줄거리와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청률과는 별개로 좋은 반응을 얻어왔었다. 하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이 드라마는 바보온달격 드라마로 특별히 참신한 줄거리를 가진 드라마로 볼수는 없을 것 같다. 가진것 없고 배운것 없지만 명석한 두뇌와 뚝심을 가졌고 그런 남자에게 천사같은 여자가 나타나 사랑하게 되고 역경을 딛고 그 둘은 행복하게 잘 살게 된다는 너무도 흔하고 많이 보아왔던 바보온달식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신데렐라이야기를 보아왔다. 굳이 과거의 고전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상속자들 역시도 이런 신데렐라이야기이며 최지우, 김희선 등으로 대표되는 청순가련 캐릭터들이 선보였던 드라마 아름다운날들과 세상끝까지 등도 과거의 히트작으로 전형적인 신데렐라이야기였다. 물론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드라마들도 많지만 큰 테두리안에서는 신데렐라이야기에서 많이 벗어나진 않는다.

 

혹자들은 이 뻔한 신데렐라이야기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도 매번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서사구조와 그것에 더해 항상 신데렐라들의 캐릭터가 너무 획일적이고 자주성이 부족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한국드라마의 한계성에 대해서 실망감을 가지게된다. 불우한 가정사를 가졌지만 모두가 시샘할 미모와 선하고 착한 마음씨로 주위의 반대와 질투를 견디며 결국 잘난 남자주인공과 맺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그런 여주인공이 주도적으로 하는 행동이란 단순히 남자를 위해서 떠나주려는 행동이 전부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그녀를 잡기 위해 부모와 형제를 등지고 그룹의 상속자자리를 내려놓으며 약혼자를 배신하는 등 모든 일들을 스스로 해결 혹은 희생하며 감담한다.

 

 

그렇다면 그와 반대로 바보온달식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들은 어떠할까. 신데렐라이야기에서 여주인공들이 착하고 예쁜얼굴이 전부인 것에 비해 바보온달의 남자들은 사회에서 가장 낮은자리에 있지만 잠재되어있던 능력을 발휘하며 결국 사회 최상위계층의 여성과 동등한 입장이 되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물론 비극적인 결말의 드라마들도 있다. 역시나 큰 테두리에서는 바보온달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들보다 더 높은 지위의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일이지만 왜 그 둘의 극중 캐릭터들의 역할과 행동은 차이가 나는 것일까? 21세기에 남자보다 더 탁월한 능력으로 세계를 무대로 움직이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현재는 대통령조차도 여성인 시대가 도래하였는데 왜 드라마상에서는 항상 남자에 이끌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착하고 이쁘기만 여성이 남자의 간택으로 신분상승을 하고 그와는 반대로 바보온달이야기에서는 타고난 두뇌와 리더쉽 그리고 뚝심으로 주위의 반대와 조롱을 이겨내고 성공을 쟁취하며 사랑하는 최상위게층의 여성을 맞이하는 설정으로 대비되는 것 일까.

 

 

이제는 신데렐라이야기에서도 착하고 예쁘기만 한 여성이 아닌 능력있고 주도적인 성격으로 최상위 남자를 휘어잡고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이며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기대해도 되는 때가 오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예쁜 얼굴 하나로 시집 잘가고 편하게 사는 여자도 있는 반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고 능력을 펼쳐보이며 멋지게 사는 여자도 현실에서는 이제 너무도 많기때문이다. 

 

반대로 평강공주의 지극정성에도 끝까지 장군이 아닌 바보온달로 남는 바보온달드라마도 이제는 보고 싶다. 최하위계층의 남자가 최상위게층의 여자를 맞이하기 위해 능력을 발휘하고 성공해야지만 그 꿈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어떤 의미에서는 남성에게만 책임을 전가시키는 즉 '너하기 나름이다'라는 무책임한 말과도 다를바 없기때문이다. 결국 능력없고 성공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선을 그어버리고 뛰어난 능력과 그것을 토대로 성공한 1%상위 자수성가형 모델이 모범답안인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주입시키는 것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현실과 동떨어질뿐아니라 그외의 것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남자들에게 돌을 던지는 일이다.

 

그런 의미로 봤을때 드라마 『못난이주의보』 역시도 착하고 성실한 준수의 해피엔딩으로 권선징악의 교훈적 메시지를 주는 좋은 드라마로 볼 수 있지만 전형적인 남성의 능력바라기 드라마로써의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가령 준수가 도희가 요구하는 만큼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그의 그냥 착하고 순수하기만 한 사랑은 온건히 도희와 도희의 가족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드라마는 그저 픽션일뿐이니까 너무 큰 기대가 무의미할 수 있지만 한번쯤 이제는 다소 능력이 부족해도 성공하지 못해도 사랑받을 수 있는 바보온달의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것이 성공과 능력의 전제라는 현실적 틀에서 자유로울수 없지만 픽션이니까 그런 틀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기대해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