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 아름다운그녀OST 1997] 홍종명 - 내가 가야 할 길 - 심은하 이병헌의 애절한사랑

추억의드라마 2013. 5. 14. 01:38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 등 주요 스토리를 다루는 작품의 단골소재 중 하나가 권투이다.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하게는 실버스타스탤론이 출연한 영화 록키가 있을 것 같고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너무도 유명한 데자키오사무의 내일의죠(국내 방영명 허리케인죠)가 권투 소재로 한 작품으로써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SBS특별기획드라마 아름다운 그녀(1997년) 역시도 권투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써 이병헌, 심은하라는 당대 최고의 흥행메이커 배우들이 출연하여 기억에 남고 두 배우의 열연으로 말미암아 가슴아프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봤던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또한 홍종명이라는 가수가 불렀던 '내가 가야할 길'이라는 드라마 주제곡 역시 애절한 가사와 수려한 멜로디로 드라마 중간 중간 슬픈 장면에서 나왔었는데 역시나 드라마의 감동을 배가 시키는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   

 

▣ SBS드라마 아름다운그녀ost ▣ 홍종명 - 내가 가야할 길

 

 

잠시 드라마의 내용을 살펴보면 극중 준호(이병헌)는 부모없이 고아원에서 자란 아픔을 가진 무명복서였고 낮에는 체육관에서 밤에는 뒷골목 조직폭력의 하수인으로써의 삶을 살지만 유관장(송재호)을 만나 그의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게 되면서 자신의 잠재된 복싱재능을 발전시켜 나간다. 한편 준호에게는 한가지 희망사항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을 버렸지만 어딘가에 살아 있을 어머니(김수미)를 찾아 호강시켜드리는 것이었고 그가 세계챔피언이 되고 싶은 것도 자신이 유명해지면 어머니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운명같은 여자가 나타났으니 그녀는 신혼중 남편을 여의고 쌍둥이를 키우며 살고 있던 미망인 선영(심은하)이었다. 선영은 실수로 준호를 교통사고 내게 되고 그일을 계기로 그둘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애틋한 사이로 발전한다. 이윽고 준호는 역경속에서도 세계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며 선영의 배우자로써 두 쌍둥이의 아빠로써 행복한 일상을 찾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집근처 춘천댁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던 어머니(김수미)에게 섣불리 자신의 존재를 들어내지 못하며 방황한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훈련과 경기에 임했던 결과 준호는 더이상 복싱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선영은 또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 것을 두려워 준호가 권투를 그만두길 바라지만 준호는 자신이 어쩔수 없이 해야만 하는 시합을 위해 다시 한번 링위에 선다. 이젠 혼자가 아닌 선영과 두 아이와 어머니의 응원을 받으며.

 

준호에게 있어 권투란 무엇이었을까. 그보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권투란 무엇인가. 그렇다. 지금 모두가 생각하는 그런 이미지이다. 가진것 없이도 할 수 있는 운동이며 잘먹지 못해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과거 가난하던 시절에 배출되었던 수많은 국내의 세계챔피언들과 선수들이 그러했다. 맨주먹으로 자신의 운명을 걸고 싸웠고 그것을 쟁취하던 사람들이었다. 세계챔피언만 될 수 있다면 몸이 망가져도 부와 국민적 영웅으로써의 명예를 한몸에 받을 수 있는 가난한 아이들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권투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어쩌면 준호 역시도 그런 필연적인 선택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인생 전부를 권투에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없이 가진것없이 자란 준호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었을까.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고아이기에 받아야했던 주위의 멸시와 냉대, 따돌림 등을 그는 어린시절부터 주먹하나로 헤쳐왔을터이고 잃을 것 없는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또한 권투였을 것이다. 이제 챔피언이 되어 가족과 명예 모든 것을 다 가지게 되었지만 모든 것을 다 가졌어도 결코 손놓을 수 없었던 권투라는 것은 준호에게 목표였고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힘들고 어렵게 살다 이제 행복해진 준호를 보면서 시청자입장에서 더이상 그가 권투를 하지 않길 바랬었다. 자신을 퇴물이라고 비아냥대는 상대선수의 말에도 그가 귀를 닫고 남은 생을 그저 편안히 살길 바랬었고 드라마의 설정이 조금은 맘에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준호가 왜 그런 선택을 하고 그런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는지 조금더 나이를 먹고 다시금 이 드라마를 보았을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돈과 명예가 전부라고 믿고 사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마는 자신의 신념과 자아였던 것이다. 준호는 그 신념을 따라 자신의 인생을 불태운 것이다.  

 

 

한편 드라마 아름다운그녀는 권투라는 소재와 애절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간판급스타들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진 못했었다. 오래전 기억이라 가물거리지만 같은시간대 경쟁드라마가 대단했었던 것 같고 그런 이유와 더불어 조금은 진부한 소재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어필되지 못한 것 같다. 물론 필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애절한 사랑이야기와 고독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진부하지만 또 어떤 의미에서는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소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라마의 흥행과는 별개로 이 드라마에서 눈여겨 볼 것은 시트콤 남자셋여자셋이후 정극 드라마에 도전한 당시 신인이었던 송승헌과 지금까지도 여전히 동안미모를 발산하며 주요드라마의 주조연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정윤의 출연이다. 송승헌은 이병헌의 운명의 상대역으로 출연하였는데 조금은 어색한 대사가 옥의티였지만 이병헌과 송승헌 두 남자가 펼치는 마초적인 매력발산은 드라마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볼거리였던 것 같다. 한편 심은하의 아이들로 출연하였던 유현지양과 김민상군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애절한 연기 역시도 드라마를 빛냈던 요소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들도 어엿한 성인연기자가 되어 최근 몇편의 방송과 영화에서 모습을 들어내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아역 유현지 김민상

 

하지만 반가운 소식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는데  드라마의 메인타이틀 주제가를 불러서 인상적이었던 가수 홍종명씨가 2012년12월28일 45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인해 생을 마감한 것이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특히나 그가 생을 마감하면서 생전에 행하였던 장기기증의 약속으로 8명의 새생명을 살리는 뜻깊은 선행을 보며 너무 좋은 사람이 너무 일찍 우리곁을 떠남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컸었다. 생전에 그는 이름없는 가수로 대중들에게 친숙하지는 못했지만 이번포스팅의 드라마 아름다운그녀외에 이병헌 김하늘 주연의 해피투게더, 배용준 고소영이 출연한 맨발의청춘 등의 주제가를 잇달아 히트시키며 존재감을 보여주었었다.

 

예전에는 영화와 더불어 적지 않게 드라마시청을 하곤 했었는데 요즘은 아니 거진 5년이상 드라마를 본 기억이 없다. 우연찮게 채널을 돌리다 잠시잠깐 보게 되는 일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요즘 드라마에서는 예전만큼의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예전드라마에 비해 요즘드라마들이 재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좋은 작품들도 많고 내용과 스토리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다양해졌으며 더욱 세련된 화면과 주제곡 등 매력이 넘치는 드라마들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어쩐지 그것들에게서 이성으로는 깨닫게 되는 감동을 느끼지만 그것이 감성을 울리는 감동으로 발전하지는 못한다. 너무 잘 짜여진 각본과 스토리인 경우도 있고 온갖 이슈만들기에만 열을 올리는 드라마의 경우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필자에게 있어 드라마의 감동이란 아마도 피아노-미안하다사랑한다 시점에서 끝나버린 것 같다. 언젠가 다시 아름다운그녀와 같은 드라마가 나온다면 그때쯤에는 다시금 드라마시청이 가능해질 수 있을까.  다시한번 아름다운그녀와 같은 드라마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