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미스코리아, 드라마 미스코리아가 가진 두개의 시선과 제3자의 눈

드라마리뷰/OST 2013. 12. 19. 11:43

12월18일 첫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드라마가 안방극장에 찾아왔다. 단순히 로맨틱코미디 장르속에 좌충우돌 회사원들의 모험담과 희노애락을 그려보이는 수준으로 예상됐던 드라마 미스코리아가 범상치 않은 주제의식과 그것을 절묘히 풀어내는 상황설정을 통해 앞으로 진행될 스토리에 더욱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미스코리아.. 

 

서울올림픽을 얼마 남기지 않은 1987년,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였고 경제적으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고성장을 기록중이었으며 환율안정과 경상수지 흑자 등 핑크빛 현재와 마주하며 내일의 대한민국 역시도 찬란하게 개최될 올림픽만큼이나 빛나리라 사람들은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속에서 형준과 지영은 만났고 지영은 꾸밈없는 성격과 빛나는 외모로 모든 학우들이 동경하는 학교내 퀸카로 형준은 그런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는 순수한 청춘으로 인연을 맺게 된다. 또한 그들의 만남이 순수해서 아름답듯 그 시절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와 로맨스 역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처럼 되리라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10년이 지난 1997년, 언제까지나 빛나기만 할 것 같던 대한민국은 산업전반의 버블붕괴와 IMF외환위기를 겪으며 국가부도사태에 이르고 밝고 순수했던 형준과 지영은 20대의 끝자락 더이상 이상과 설레임으로 가득한 미래를 믿는 순진한 10대의 모습이 아닌 냉혹한 현실의 벽과 싸우고 고달픈 하루하루를 견디며 마지못해 사는 일상과 마주하게 된다.

 

열정과 꿈을 안고 시작한 형준의 화장품사업은 사회 전반에 불어닥친 불경기로 재고만 쌓이고 더욱이 무리하게 차입한 사채빚으로 결국 그나마 품었던 신제품 개발에 대한 희망까지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한편 지영은 과거의 꿈많고 쾌활하던 소녀에서 어느새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쳐버린 비정규직 엘리베이터걸로써 명예퇴직 당해버린 가족들의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짐을 짊어지고 있는데 그녀의 응어리진 삶을 위로해주는 유일한 탈출구는 화려한 조명아래 울려퍼지는 클럽음악 속 댄스와 왕년의 퀸카를 동경하듯 질러대는 무대아래 남자들의 영혼없는 환호성뿐이다. 결국 회사의 부도를 막기 위해 과거의 퀸카 지영을 미스코리아로 만들고 자신들의 화장품 브랜드를 홍보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운 형준은 첫사랑 지영을 찾아가고 지영은 불합리한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그런 형준과 의기투합해 미스코리아에 도전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그들에게 있어 미스코리아인가. 드라마 속 표면적인 이유는 사회의 주목을 받고 대중들의 시선을 이끌어낼 수단으로 그만한 지위와 명예가 없기때문이겠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가진 시대적 향수와 순수했던 동심의 상징성때문일지도 모른다. 즉 1987년 사회적 호황속에 장미빛 청사진으로 모두가 들떠있던 그때 미스코리아는 지금에 와서 떠올려보면 그 당시 우리가 예상했던 아름다운 미래의 상징이었고 여자아이들에게는 어른이 되어 이루고 싶은 장래희망과 같은 대표적 이상형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미스코리아 도전은 단순히 회사의 생존과 지영의 자아를 찾는 의미를 뛰어넘어 절망뿐인 현실을 위로하고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과 순수했던 기억을 되살려 현재를 사는 원동력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미스코리아가 절망밖에 보이지 않던 1997년, 극중 캐릭터들의 아픔과 좌절 그리고 시대적 고충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겨내고 극복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IMF외환위기 이후 리먼브라더스사태로 촉발된 2007년 금융위기와 또 그로부터 6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차갑게 얼어붙은 경기와 고실업, 전세대란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2013년 현재의 우리에게도 다르지 않는 의미로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줄 드라마로써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대표로 하여 최근 인기드라마들의 주요 트랜드가 과거로의 회귀를 통해 현재를 재조명하고 과거의 감성과 향수를 직간접적으로 노출시켜 그 시절을 살아온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이루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드라마 미스코리아 역시도 전체적인 형식과 구성이 그런 트랜드를 반영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더 나아가 과거속에 또 다른 과거를 담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지금까지 흔히 접할 수 없었던 형식적인 신선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드라마가 2013년 현재가 아닌 1997년이라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드라마상에서는 현재인 1997년과 그보다 과거인 1987년이라는 두 시대가 있고 그것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사회상의 차이와 더불어 10대에서 20대가 되어버린 캐릭터들의 심리적 정서적 변천사를 비교해 볼 수 있게금 의도되어지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이 드라마를 이해함에 있어 어떤 지표의 역할을 해줄것으로 예상되고 그 두 시대를 냉정히 비교하고 들여다보기에 적합한 제3의 시선이란 바로 2013년 현재일 것이다. 

  

끝으로 절박한 상황속에서 체면과 자존심따위는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지 오래되었고 잘나가는 친구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불합리한 요구와 처우에도 아무런 불평없이 현실을 받아들이며 하루에도 수십명씩 삶의 끈을 놓아버리는 냉혹하고 비열한 세상속에서 과연 그들의 미스코리아 도전은 그들의 삶을 힐링시켜줄 희망으로 남을 수 있을지 또 현실의 우리들이 잊고 지낸 과거의 미스코리아는 메말라버린 우리의 일상에 화려하고 즐거웠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한바탕 울고웃는 따뜻한 위로의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지 시작부터 사뭇 진지하고 애잔하며 뭉클한 감동을 예고하는 드라마 미스코리아에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 같다. 몸에 맞는 옷을 입은듯 의협심 많고 열정적인 엘리베이터걸로 분하는 이연희씨의 연기는 그 이유에 더해지는 보너스일테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