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월화드라마 황금의제국 인물분석 및 줄거리] 나쁜놈들의 전성시대

드라마리뷰/OST 2013. 7. 25. 23:54

황금의제국 - 나쁜놈들의 전성시대

 

황금의제국은 각자 다른 상황에 놓여있지만 목적은 같은 주인공들의 서로가 서로를 굴복시키기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돈앞에 가족과 형제의 치부마저도 들어내어 짓밟는 비열함도 서슴치 않는 싸움이자 세속적 부귀영화 앞에 속속들이 들어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사회부조리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많은 것을 가졌지만 더 많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으로 황금제국의 1인자가 되고 싶은 민재(손현주 분), 자신의것인 이상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그룹의 1인자 서윤(이요원 분), 남편의 원한을 갚기 위해 26년을 인고하며 때를 기다려온 한정희(김미숙 분), 가진 것은 명석한 두뇌와 겁없는 배포뿐이지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진흙탕 고래싸움에 기꺼이 뛰어든 태주(고수 분) 그들은 드라마 속 대립의 큰축을 이루는 주인공들로써 그렇게 각자의 동기부여를 가슴에 품고 이 지독한 게임의 출발선에 섰다.  

 

 

사실 그룹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형제간의 다툼, 격동의 세월속에 젊은 혈기 하나로 세상과 맞짱뜨고 기득권과 박터지게 싸우는 스토리는 한국드라마 단골메뉴이고 특별히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 황금의제국이 과거 유사한 스토리의 드라마들과 차이점이라면 과거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선한자와 악한자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 큰틀을 유지한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인데 반해 황금의제국 속 주인공들은 선과악이라는 천편일륜적 단순화된 캐릭터가 아닌 때와 상황에 따라 선과악을 넘나들고 도무지 어느 한쪽으로 정형화시킬 수 없는 복잡미묘한 캐릭터로 묘사된다는 것이다.

 

 

온갖 비리와 갖은 권모술수를 통해 이뤄진 재물의 온상에서 부족함없이 자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단에 섰지만 결국 아버지 최동성(박근형 분)이 세운 회사를 지키고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서윤은 그룹의 1인자가 되는데 왜 그녀는 자신만이 그 모든 일들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표면적인 가족의 화합과 회사의 안정을 위해서라는 그녀의 명분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이 빼앗으려 하는 자들을 상대로 지키려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이는 그녀의 비열함과 공정치 못한 경쟁은 표면적인 정당방위의 개념을 넘어 모럴해저드의 단면까지도 노출시킨다. 그녀가 다른 형제보다 더 나은점이라면 오직 목적을 위해 파렴치한 짓까지도 서슴치 않는 냉혹함이 더 많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한편 최동성회장의 동생으로써 궂은일을 마다않고 회사를 위해 모든 것을 받쳤지만 결국 부의 공정한 배분에서 밀려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민재는 노력의 댓가를 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자신이 행하는 일의 정당성에 빠져있지만 아버지가 행했던 부정한 노력의 윤리의식에는 일말의 가책도 없고 그역시도 성공을 위해서라면 부정한 방법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또한 최동성의 모략으로 회사가 문을 닫고 남편이 죽자 임신사실을 숨긴채 복수를 위해 최동성의 아내가 된 한정희는 최동성이 죽기전 그가 보는 앞에서 그의 모든것을 빼앗는 복수를 꿈꾸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를 믿고 따랐던 모두를 기만하게 되고 26년동안 참아냈던 그녀의 오랜 인내심에서 유추해볼때  향후 드라마 속 그녀의 비열한 술책과 광적인 복수심이 어떠할지 충분히 예견된다.

 

  

 

이런 극중 다른 인물들과 달리 태주는 근본부터가 선했고 어떤 의미에서는 그동안 사회의 부조리를 참아왔던 서민들의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여론을 대변하는 인물로 볼 수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울분의 가족사를 복수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을 발판삼는 설정은 회가 거듭될수록 그가 애초에 가졌던 초심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리고 재물과 권력이 주는 쾌락이 순수했던 한 인간을 어떻게 변모시키는지 비교육적 성장드라마로 보여준다.

 

이렇듯 등장인물 누구 하나도 절대 선과 악으로 단정지을 수 없고 그 누구도 응원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되는 설정은 어떤 의미에서 이 드라마가 안고 있는 양날의 검과도 같지 않을까 생각된다. 

 

더럽고 치사하면 너희도 성공해라!! 내가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

 

단적으로 이런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가 얻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그들의 대립각을 흥미성 오락으로 바라보고 주인공들의 비상한 심리대결 등을 통해 재미를 추구하는 정도의 감흥이라면 오히려 그정도의 가벼운 감흥으로 족할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이 드라마팬들이 느끼는 감정이란 하나의 카타르시스적 쾌감이다. 즉 주인공들의 행동이 부정하고 크게 잘못된 일임을 알면서도 대중들은 그들이 할 수 없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쟁취와 성공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불편한 응원을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태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없이 살지만 선량했던 그가 불운했던 과거를 딛고 우여곡절끝에 소위 이 나라를 움직이는 실세들과 어깨를 견줄만큼 성장하는데 이것이 대중들에게는 나자신의 가상적 인물로 주인공 태주와 동일시 하도록 하는 이유가 되고 그렇기때문에 태주가 기득권층과 싸우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쓰든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하든 중요치 않게 생각하게 되며 결국 현실 속 부조리에 혀를 차면서도 자신이라면 괜찮다는 이기심을 드라마 속 태주를 통해 투영한다는 것이다. 부조리와 온갖 꼼수로 부와 권력을 취득한 이들에게 혀를 차는 일이 어쩌면 잘못된 방법에 대한 비판이 아닌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행한 이에 대한 시기와 질투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여전히 비리와 부정부패로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채 현재 진행형으로 도사리고 있는 우리의 어두운 사회상에 면죄부를 주는 일이며 상당히 위험한 가치관의 혼란을 대중들에게 심어줄 소지가 있다.  

 

 

24부작의 분량에서 1/3이 지난 드라마의 시점에서 향후 선과악이 뒤섞인 주인공들의 내면변화와 극의 스토리 진행이 어떤방향으로 나아갈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드라마가 작품성이라는 측면에서(교육적 메시지라는 측면과도 일부 일맥상통) 괜찮은 결말을 도출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등장인물 모두의 파멸 혹은 그나마 덜 악한자가 승리하는 게임으로 드라마의 스토리는 종결되어야 할테지만 단순히 그렇게 끝맺음되기에는 어쩐지 심심하고 결론의 식상함은 과거 유사 드라마들의 선례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지게된다.

 

다시말해 단순히 악한 짓을 하고 부정한 방법을 택했으니 교육적 메세지를 위해 전부 파멸되도록 결론을 보이는 것은 애초에 과거 유사 드라마들이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캐릭터로 극을 이끌어 가던 것과 차별화를 두었던 이 드라마의 설정이 무의미해지고 굳이 그런 설정없이도 가능한 이야기를 괜시리 번잡하게 만드는 것만 되는 꼴이다.  작가와 감독의 변을 들어야겠지만 적어도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주인공들의 모럴상태를 대입시킨 것은 그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이 드라마가 향후 도출하게 될 결말이 모두가 예상하는 권선징악의 메세지를 담고 싱겁게 끝나면 안되는 이유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참신한 결말을 위해 그리고 권선징악이라는 단순결말을 배제하기 위해 자칫 무리한 캐릭터의 심경변화 그리고 스토리의 인과관계를 무시한 변화주기는 지금까지 보여준 드라마 황금의제국의 탄탄한 구성력을 해칠 수 있다. 하여 아마도 이 드라마의 성공요인이자 모두에게 인정받는 작품으로써 앞으로 과제는 향후 선과악이 점철된 주인공들이 어떻게 변화하며 그 변화가 주는 스토리의 인과관계가 얼마나 명확하고 공감되도록 하는지에 달려 있을 것 같다.

 

 

드라마는 픽션이며 황금의제국 어디에도 실제사건과 등장인물들의 실명은 거론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하는 많은 사건과 사람들을 짐작해낸다. 언급되지 않았어도 그동안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보아온 기업가와 정부관료들의 부정부패 그리고 재물과 권력이 만들어낸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졌고 또 누군가는 그 희생을 발판삼아 딛고 일어섰는지..

 

결국 이 드라마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패배 모두의 불행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선과악이 모호하듯 승리하는자도 패배하는자도 행복한자도 불행한자도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현재에도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구분되어질 수 없는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