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시대 신정태, 여동생이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남자

드라마리뷰/OST 2014. 2. 3. 04:36

 

여동생이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남자 신정태!!

 

KBS2 특별기획드라마 <감격시대-투신의탄생>이 시나브로 팬층을 넓혀가며 점점 흥미로운 작품으로써 힘찬 발걸음을 내딪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다소 '친일성향적이다'라고 평하기도 하고 혹자들은 '진부하다'라고 말하며 이전 비슷한 작품들과의 차별화가 부족한 초반줄거리를 꼬집기도 하는 것 같은데 아직 스토리의 10분의1토막도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내리기에는 섣부른 판단이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현재로썬 전체적인 스토리와 작품성보다 각 캐릭터들의 특징 등을 먼저 살펴 보는 것이 앞으로 이 드라마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하여 이번 시간에는 이 방대한 스토리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의 오마주가 덧씌워진 신정태라는 인물의 캐릭터와 이 캐릭터가 가진 연애심리라는 다소 가쉽성 이야기를 개인적인 사견으로 써보고자 한다. 

 

먼저 현재까지 들어난 신정태의 캐릭터를 살펴보면 훤칠한 키와 매력적인 이목구비 그것에 더해 정의롭고 아픈 동생 청아를 극진히 돌보는 등 누가봐도 자상하고 멋진 남자이다. 특히 출중한 싸움실력과 물불 가리지 않는 근성은 보통의 남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카리스마이며 사내라면 응당 부러워할법한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여동생이 신정태라는 남자를 사귀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래도 신정태라는 남자가 무작정 멋져보이고 여동생을 맡길만큼 믿음직스러울까? 물론 대답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겠지만 적어도 본인이라면 어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동생을 말리고 싶을 것 같다. 질문을 바꿔서 그의 여동생 청아가 신정태 자신과 비슷한 남자를 만나고 있다면 신정태는 청아와 그 사람과의 교제를 허락할 수 있을까? 역시나 본인의 대답은 신정태 역시도 청아가 자신과 비슷한 남자를 만나는 것에 부정적 의견을 가질거라 생각한다. 혹 신정태는 그 뛰어난 싸움실력을 발휘하여 그 남자를 훔씬 두들겨 패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신정태는 카리스마 넘치고 정의로운 남자임에도 여동생이 만나지 말아야 할 상대로 보여지는가.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그를 만났을때 고생할 여동생의 모습이 겪어보지 않아도 타로점궤처럼 짐작되고 세상속에서는 멋진 남자이지만 여자에게는 나쁜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럼 여자에게 있어 좋은 남자와 나쁜 남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연애심리를 탐구하고 포스팅하는 블로거들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여자에게 있어 좋은 남자란 대부분 자신의 희생을 전제로 연인에게 이타적이고 믿음을 줄수 있는 남자들일 것이다.

 

 

 

하지만 신정태는 극중 자신도 '내가 필요할때만 너를 찾아온다'라고 인정했듯이 그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괴롭고 힘든 순간에만 옥련을 찾아오고 옥련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당연하듯이 받기만 한다. 물론 조금의 미안함과 고마움은 신정태에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옥련에 대해 그가 가지는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의 크기란 것은 신정태 자신의 신념과 목표를 포기할만큼 아니 조금 늦추거나 잠시 잊을 수 있을만큼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시말해 옥련에게 받는 관심과 사랑은 고맙지만 옥련의 상처따위는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 소신대로 하겠다고 신정태는 생각하는 것이다. 너무 큰 비약이고 부정적인 견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가 옥련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함과 고마움이 있었다면 옥련을 두고 그는 처음 만난 데쿠치가야(임수향 분)의 관심을 단칼에 베어내지 못할 이유가 없고 백번양보하여 자신이 데쿠치가야에게 키스를 먼저 할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단적으로 신정태가 옥련을 두고 바람을 피웠다고는 할 수 없다. 애초에 신정태는 옥련을 자신의 짝으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설정상 그는 분명 옥련이 자신을 흠모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자신의 마음이 그녀에게 있지 않다면 어떤식으로든 확실히 선을 그었어야 하고 그녀를 단념시켰어야 했다. 만약 현실에서 이런 경우라면 신정태라는 캐릭터는 모두가 비난할 파렴치한이다. 상대의 마음을 알면서 받아줄 듯 말듯 재고 저울질하는 현실 속 나쁜 바람둥이들과 결과적으로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어쨌든 신정태는 데쿠치가야와 악연으로 얽히며 그녀를 떠나보내고 우여곡절끝에 도비패에 들어가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하는데 그렇다면 데쿠치가야가 없는 신정태와 옥련의 관계는 조금 진척이 있었을까. 옥련은 어린 시절부터 뒷바라지해오고 일편단심 품어온 자신의 연정을 보상받게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여전히 옥련의 외사랑은 힘들어 보인다. 자신이 지켜온 신념을 위해 옥련과의 약속을 매번 어기고 이유가 어찌되었든 계속되는 싸움질과 생사를 오가는 깊은 상처를 안은채 찾아와 걱정만 안기는 신정태란 그녀가 더 많이 사랑하기때문에 감당해야 할 아픔치고는 너무 가혹한 것 같다.

 

더욱이 이제는 밀수업을 하는 도비패의 일원으로 제법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면서도 신정태는 여동생 청아를 잃어버린 죄책감때문인지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버는 돈의 대부분을 쓰고 있지만 어린시절부터 자신과 청아를 챙겨주었고 자신의 병원치료비를 위해 도둑질도 서심치 않았던 옥련을 위해서 선물할 가락지값이 없어 빚을 내는 모습은 고금을 막론하고 현실속에서라면 오지랍 넓고 무책임한 절대 여자에게 좋은 남자는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신정태에게도 다소 변명의 여지는 있다. 어린 나이에 아픈 동생과 함께 어렵게 생활해왔기에 남녀간의 사랑이나 감정은 애초에 사치이거나 꿈꾸지 못할 허상이라 그는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동생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도 모른채 살게 된 이후에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 여동생을 찾는 일을 우선시하며 다른 일들(옥련이 받는 상처와 마음)은 관심밖으로 두었을지도 모른다. 또 자신의 아버지 신영출(최재성 분)의 누명(데쿠치가야의 아버지를 살인)을 풀기 위해 그는 더욱 비정해져야하며 강해져야함으로 옥련과의 로맨스는 역시나 감당할수 없는 행복이라고 치부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극중 그의 험난하고 가혹한 운명을 보면 그가 옥련에게 하게 되는 행동들이 어느정도 공감되기도 한다.

 

그러나 극중 신정태가 안고 있는 개인적인 문제와 사명이 한 여자의 아픔과 상처를 모른채 할만큼 대단한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고 옥련이 신정태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이었는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일제강점시기 많은 애국지사들이 나라안팎으로 독립운동과 민족계몽운동을 하느라 자신과 가족을 돌보지 못한채 살아야 했고 신정태의 아버지 신영출 역시도 애국지사로써 그런 삶을 살아야 했는데 신정태는 그런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죽도록 미웠을테지만 적어도 신영출에게는 민족이라는 커다란 대의명분이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제3자의 우리들은 가장으로써 책무를 다하지 않은 그를 비난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신정태가 앞으로 펼쳐보일 활극과 정의로움이 얼마나 공감될지 아직은 가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옥련이 신정태에게 바라는 것이 극히 소박한 감정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듯이 그녀의 그런 소소한 바람조차 외면할만큼 과연 신정태의 사명은 대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설사 야쿠자조직을 일망타진하고 주먹 하나로 만주와 상하이 일대를 주름잡으며 힘없고 무시당하는 조선인들의 우상으로 추앙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을 지금까지 지켜주고 애써준 여자의 작은 소망마져도 간과할만큼 큰 대의명분이 될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현실타협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가 행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 조금만 양보했거나 조금만 더 옥련을 생각했다면 그리고 조금만 더 현명했다면 그는 자신의 신념과 의리를 지키면서도 옥련에게 상처주지 않을 수 있었을테고 남자로써 카리스마 넘치는 삶과 옥련의 연인으로써도 멋진 사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어쨌든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느낀 드라마 감격시대 속 다소 아쉬운 캐릭터 신정태의 나쁜남자 이야기를 해보았다. 이것은 실화 속 시라소니 이성순의 실제 로맨스와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비난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어차피 실화임에도 극중 대부분은 픽션이며 그 픽션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한 캐릭터로 묘사한 부분이 눈에 거슬렸을 뿐이다. 또 지금 6회까지 보여진 신정태는 옥련과 가야사이에서 갈등하며 두 여자를 힘들게 하지만 극진행 어느순간부터 옥련을 향해 진실된 마음을 표현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초반 공개된 신정태의 연애심리와 그의 아쉬운 행동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것이 현실속 나쁜남자 그리고 현실속 여자들을 힘들게 하는 전형적인 캐릭터로 지양되어야 할 것임을 가쉽성 가득한 여담으로 하는 말임을 오해없이 읽으셨길 바라는 바이다. 그럼 앞으로 신정태는 과연 나쁜남자를 벗어던지고 옥련에게 좋은 남자로 남을 수 있을지 또 그 과정에서 얼마나 공감되는 이야기와 표현으로 여심을 만족시킬지 기대해 보도록 하자. 어쨌든 우리가 여동생이 만났으면 하고 바라는 남자는 사회에서도 인정받고 그녀에게도 잘하는 남자이지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