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양은 가득히 결말은 해피엔딩 시청자는 새드엔딩

드라마리뷰/OST 2014. 4. 9. 22:31

KBS2월화드라마 태양은가득히가 평균시청률 3%대의 저조한 성적과 함께 쓸쓸히 막을 내렸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윤계상과 한지혜의 열연은 물론 조진웅, 김영철, 정원중 등 개성넘치는 명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다소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꽤 좋았던 드라마'였던 반면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던 드라마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사기꾼 아버지밑에서 자랐지만 외교관이 되고 싶었던 소년 정세로 하지만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태국 방콕을 찾았던 일이 그의 인생에 불행의 씨앗이 되어버리고 뜻하지 않게 살인현장에 있었던 이유로 살인누명을 쓰게된 것도 모자라 병원 응급실 앞에서 아버지의 수술비를 건네보지도 못한채 세로는 현지 경찰로부터 체포당해야 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쓸쓸히 세로 곁을 떠났고 그는 살인누명을 쓴 채 5년의 억울한 옥살이 후 자신의 인생을 파멸시킨 이들을 찾아 복수하리라 다짐하며 한국땅을 밣게 된다.  

 

 

하지만 세로는 복수하려 했던 여자 한영원이 자신의 누명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과 그 모든 일들이 그녀의 아버지 한태오에 의해서 자행된 것임을 알게 되면서 혼란스러워지는데 비정한 아버지밑에서 꼭두각시처럼 살아야했던 한영원에 대한 안쓰러움 그리고 그녀 또한 사랑하는 연인을 아버지때문에 불행하게 잃어야 했던,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여자라는 사실에서 오는 연민으로 급기야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때부터 그들의 복수와 애증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꼬여만 가고 결국 처음 계획했던 복수의 시나리오가 틀어지게 되면서 정세로와 그를 도우려 했던 제인, 박강재 등은 서로의 이익과 논리로 갈라서게 된다.

 

결국에는 한태오의 벨라페어를 통한 비자금조성과 외화밀반출 등에 대한 비리가 정세로에 의해 밝혀지고 한태오와 결탁했던 신회장은 정세로에 의해 자신의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박강재를 통해 정세로를 교사하려 하지만 박강재는 마지막 순간 세로에 대한 지난 우정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 세로를 대신해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시간은 빠르게 지나서 제인과 박강재의 아이는 태어났고 세로와 영원은 지난 모든 기억을 거의 다 비워낸채 그들이 처음 만났던 순간처럼 보석디자이너와 꽃배달원으로 해후하며 드라마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박강재의 다소 허무한 죽음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영원과 세로의 사랑이 결국 좋은 결실을 맞이하리라는 복선과 강재는 떠났지만 그의 아들을 낳고 행복해 보이는 제인의 모습 등이 마지막을 장식하며 이번 드라마 '태양은가득히'는 동명의 영화와는 다르게 해피엔딩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해피엔딩이 마냥 해피해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해피엔딩을 위해 각설해버리고 터무니 없는 전개로 극을 끝마쳐버린 허술한 구성때문이다.  

 

왜냐하면 극중 주인공들이 맞이한 갑작스럽고 다소 쌩뚱맞은 해피엔딩이 시청자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혹은 전혀 공감되지 않는 결말이라 느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한태오는 15회에서 권총을 자신에게 겨누는 정세로에게 용서를 구하기는 커녕 일말의 뉘우침과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16회에서는 갑작스레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며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죄값을 받으려 하는 모습을 보여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다. 또 한태오와 함께 벨라페어 주가조작을 계획했던 신회장은 한태오를 협박할 마지막 카드로 박강재로부터 USB속 영상을 훔쳐갔는데 극중 이 영상의 존재가 꽤 비중있게 다루어졌음에도 물구하고 종국에는 그 어떤 쓰임이나 역할없이 흐지부지 생략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 신회장은 자신의 일을 방해한 세로를 죽이기 위해서 덫을 놓았지만 세로 대신 박강재를 죽이고 말았는데 그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의 부재와 더불어 불법을 자행한 신회장과 박강재를 배신한 차표의 이후 이야기는 어떤 복선도 노출되지 않아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는다. 한편 영원 역시도 한태오의 비리에 일정부분 관여되어 실형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었지만 아버지 한태오가 딸을 위해 모든 죄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정세로는 보석탈취와 공문서위조 등에 대한 죄가 면책되지 않았음에도 그것에 대한 어떤 부연설명없이 자유의 몸이 되어 영원과 재회하는 모습들은 어떤 변명을 통해서도 극의 다급한 종결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만약 정세로가 마지막 눈밭에서 이 모든 비극적인 현실과 영원과 이루어질 수 사랑때문에 자살을 택하는 것으로 드라마의 종결이 이루어졌다면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는 새드엔딩이었겠지만 불필요하게 나열됐던 인과구조와 해결되지 않던 상황들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더 얻었으리라 생각된다. 결국 교통사고로 인해서 극중 세로가 계속 보였던 어지럼 증세와 병원에서의 치명적인 진단은 그 어떤 상황설명없이 마무리되어 불필요한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혹시 세로가 한영원과 해피엔딩을 맞이하더라도 결국 사고 후유증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혹은 짐작했던 시청자들을 단숨에 배신하는 수준의 반전으로 비춰지진 않았을 것 깉다.

 

결국 이번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는 시작부터 두 가지 결론으로만 마무리되었어야 하는 필연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는 세로가 한영원을 사랑하게 되면서 복수를 내려놓고 한태오든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용서하는 결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한영원에 이끌리는 마음을 뒤로한 채 자신의 복수를 행하지만 그럼에도 한영원에 대한 괴로운 심정으로 자살이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이분법적 결말외에는 허용되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랑도 하고 복수도 하는 해피엔딩이 되면서 극의 완성도는 떨어졌고 다급한 종결로 남은 미해결된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숙제로 남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