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우리들의죽음] 지상에서 가장 슬픈 남매의 노래

칼럼 끄적임 2013. 10. 15. 01:11

지상에서 가장 슬픈 남매의 노래

 

 

이번 칼럼은 칼럼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듯 하고 음악을 통해 우리가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사회의 음지와 소외된 이웃의 이야기를 주제넘지 않게 짧게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일반 대중가요를 듣다보면 슬픈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그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사회비판적인 노래와 조금은 과격한 노랫말과 욕설로 이루어진 노래들도 있습니다. 대중적이지 않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진 않지만 꾸준한 마니아층에 의해서 불리워지고 사랑받고 있는 곡들이죠.

 

혹시 가수 정태춘을 아시나요?? 정태춘 선생님은 양지보다 음지에서 그런 음악을 추구하신 분입니다. 78년 『시인의마을』로 데뷔하여 79년 TBC 가요대상 작사상을 받았고 최근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까지 대중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통해 때로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밝히고 때로는 서정적이고 애잔한 음악으로 적지 않은 팬들과 마음으로 소통해 오신 분이죠. 이번 칼럼시간에는 정태춘 선생님이 1990년에 발표하여 기득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음지에서 퍼져나가 많은 분들을 울리고 가슴아프게 했던 『우리들의죽음』이라는 곡을 듣게 될 것입니다.

 

 

이 곡은 1990년 3월 실제 발생했던 어린남매의 화재사건을 모티브로하여 애절한 멜로디와 슬픈가사로 표현한 곡인데 오래전 필자의 중학시절 다소 사회비판적이고 우익성향이 강했던 한 선생님의 권유로 듣게 되었었습니다. 당시 이곡을 듣던 많은 여학생들이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여린 중학생 아이들에게도 이 곡의 의미와 가사가 주는 슬픈 현실은 너무 잘 와닿았던 듯합니다. 필자 역시도 이 음악에 큰 충격을 받았고 질풍노도의 사춘기시절 개인적인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이 곡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단언할 수 있죠. 

 

정태춘 우리들의죽음

※영상에는 1989년 가을로 표기되었지만 실제 사건은 1990년 3월9일 발생하였습니다. 착오없으시길 바랍니다.

 

 

문제는 철없는 그 아이들이 성냥을 가지고 불장난을 했다는 사실도 부모가 문을 잠그고 나간 그릇된 행동도 아니었기에 그 파장과 이 사건이 주는 의미는 비통할수밖에 그리고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기에 이 사건을 접했을때 아무도 '이렇다저렇다' 힘주어 말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어린 남매의 죽음은 고귀한 목숨을 담보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 알려주려 했지만 잠시 잠깐의 이슈로만 끝나버리고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5살과 3살의 남매는 맞벌이하는 부모가 직장으로 나간 사이 밖에서 자물쇠로 잠긴 지하단칸 셋방에서 부모가 돌아올때까지 기다리곤 했습니다. 부모는 아직 어린 자녀들이 밖으로 나올 경우 집을 잃지 않을까 자동차사고는 나지 않을까 각종 범죄 등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방문을 잠그는 조치한 것이지만 결국 방에 불이 붙고 연기가 자욱해질때 어린 남매는 그곳을 빠져 나올 수 없어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화마와 함께 안타까운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해에도 수십만호의 아파트가 쏟아져나왔던 그때에도 수십만채의 미분양 아파트와 주택들이 텅텅비어 유령도시를 만들어가는 현재에도 여전히 없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오르기만 하는 전세난으로 고통받고 있고 한쪽에선 수천만원대 해외골프여행과 수억의 향응성 접대를 통해 자신의 부를 과시할때 다른한쪽에서는 생활고를 비관한 20대들의 절박한 죽음이 잇따르는 양극화된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아무런 노력없이도 부모 잘만나 수십 수백억대 빌딩을 보유하며 임대료를 갈취하고 없는 자영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골목상권까지 위협하는 그들을 보며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기만 한 것 같습니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또 다른 단칸셋방의 남매가 화마에 휩싸여 생을 마감하는 일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는 현재의 사회이기에 다가오는 겨울은 더욱 춥고 어두운 것 같습니다. 바쁘게 산다는 이유로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우리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힘든 이웃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칼럼같지 않은 글을 쓰고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