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정원, 노도철식 밋밋한 일일드라마의 역습

드라마리뷰/OST 2014. 3. 26. 17:42

지난주부터 '제왕의딸, 수백향'이 종영되고 후속작품으로 노도철 감독이 연출하는 MBC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이 방송되고 있다. 현재 7회까지 진행된 이 드라마의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면 일단 계모와 친엄마사이에 놓인 딸, 동복자매간의 사각관계라는 종종 여타 드라마에서 보아온 전체적인 스토리에 주변인물들이 개입되어 그들의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형태의 드라마정도로 보였다.

 

똑같은 소재, 더 현실적으로 그려내다.

 

사실 노도철 감독의 팬들이라면 이번 MBC일일드라마에 걸었을 기대와 관심이 컸으리라 예상된다. 그도그럴것이 그의 전작이었던 '두근두근체인지'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 등을 통해 현실적인 소재와 젊은 감성, 다소 냉소적이지만 위트 넘치는 에피소드로 자극적이진 않아도 평온한 바다에 던지는 물수제비처럼 통통튀는 번뜩임 속 진한 반향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어느 정도 틀에 짜여진 방송3사의 일일드라마 패턴에서 과연 노도철식 일일극은 어떠할지 혹시 지금까지 봐왔던 전형적인 틀(가령, 지지고볶는 가족이야기에 다시 한번 비벼진 로맨스패턴)을 깨고 신선한 발자취를 남기지 않을까하는 바람을 가졌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 달리 극초반 중소기업 딸 윤주(정유미 분)와 재벌집 아들 차성준(고세원 분)이 맞선을 통해 만나게 되는 설정이나 차성준의 동생 차기준(최태준 분)이 형과의 맞선녀 윤주와 우연히 얽히게 되는 설정, 부모의 반대로 헤어진 여자의 딸이 성장해 다시금 친모를 찾기 위해 나서는 내용 등 어느 것 하나 천편일륜적인 일일드라마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며 이색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데 한계성으로 보여주었다. 더욱이 격한 감정대립이 난무하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 인물들의 밋밋한 대사처리와 단조로워 보이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뭇 사람들에게는 집중도와 재미면에서도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으리라 생각된다.

 

 

반면 다르게 생각하면 이번 노도철 감독의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을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일일드라마로 기대하기 보다 다른 일일연속극과 비교해 유사한 스토리 속에서 어떤 차별화를 이루어낼지에 주목해보는 것이 더 나은 관점이 될 것 같다. 특히 극중 악역들의 단조로운 대사와 밋밋한 캐릭터는 다른 일일드라마의 것들과 확실히 구분되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성이 느껴지고 마음으로 와닿는 면이 없지 않다. 다시말해 그동안 극적인 상황 속 격한 감정대립과 대사의 드라마에 익숙해져 현실적인 것이 오히려 어색해져 버린 것일뿐 실제 극적상황에서 드라마처럼 과장된 대사와 감정부침이 드문 현실을 떠올리면 오히려 '엄마의 정원' 속 캐릭터들의 밋밋함이 더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예로 윤주를 기른 계모 유지선(나영희 분)은 극중 꼽을 수 있는 갈등과 악의 캐릭터일 수 있겠지만 현재 방영되고 있는 SBS일일드라마 '잘 키운 딸 하나' 속 임청란(이혜숙 분)처럼 비현실적인 비열함과 안아무인을 가진 캐릭터가 아니다. 비록 마음과 정을 주고 키우진 못했지만 차마 해선 안될 구박과 편견을 가지고 딸을 돌보지는 않았음을 극초반 윤주네 가족 분위기를 보면 유추할 수 있는데 더욱이 다른 여자에게서 받아온 자식을 키우면서 생기는 울분을 그동안 나름의 자제력으로 참아왔고 그로 인해 신경질적으로 변한 성격은 오히려 그녀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계모의 모습으로 투영된다. 모든 계모가 아주 나쁘거나 혹은 무척 착하다는 이분법적 편견은 현실에선 드물다.

 

 

또한 앞으로 가시돋힌 말과 냉대로 윤주 혹은 수진(엄현경 분)을 몰아세울 것으로 보이는 TS그룹의 사모님이자 차성준과 차기준의 모 오경숙은 비록 모진 말로 자신의 귀한 아들들과 그들의 여자들이 갈라서도록 할테지만 현재로썬 심성 자체가 비정하고 냉혹하다기 보다 강한 모성의 반발로 생기는 고집정도로 이해할 수 있고 터무니 없다기 보다는 조금 더 나은 신부, 신랑감을 바라는 현실 속 부모의 바람정도와 일치 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그녀는 고집불통에 소통불가인 TS그룹 회장 차동수에 맞서 자식들의 미래와 사랑을 지켜주려 남편을 회유하는 역할 역시 앞으로 기대되는데 작은 아들 차기준이 요리사가 되겠다며 집을 나간 이후 한시도 맘편히 자지 못하는 그녀의 심약하지만 강한 모성은 재벌가와 일반가정 속 어머니의 구분이 무의미한 현실속 어머니 그 자체였다.

 

한편 정순정(고두심 분)의 둘째딸 김수진(엄현경 분)은 앞으로 윤주와 함께 엇갈린 사각관계를 펼쳐보이며 자신의 동복자매인지도 모른채 윤주를 괴롭히고 그녀의 사랑을 방해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녀가 현재의 애인 차성준을 통해 신분상승을 하려는 욕구를 허영심이라 비난할지라도 현실 속 범주와 크기만 다를뿐 남과여 가리지 않고 충분히 찾아 볼 수 있는 흔한 모습임을 부정하기 힘들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의 미모를 무기로 재벌집 아들과 교제에 성공하고 그를 잡기 위해 온갖 방법을 총동원하는 그녀의 모습이 우리들의 현실 속 자화상을 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지난 7회에서는 극중 그녀의 표면적인 물질만능 집착과 허영심 이면에 한 남자에 대한 지고지순한 순정도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다른 일일드라마에서 극적인 묘미를 위해서 선택하는 단순 명확한 동기부여(신분상승 혹은 복수)와 달리 현실 속 욕심 많은 다양한 동기(사랑과 신분상승 등)를 보여줘 극중 그녀의 악랄한 밉상연기에 대한 현실적인 공감이 더욱 와닿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예상 가능한 드라마 '엄마의 정원' 속 악역 캐릭터들은 타고난 악인의 모습보다는 처한 상황과 현실에서 만들어진 필연적인 인간의 단면에 가까운 느낌이라 억지스럽지 않고 비약적이지 않으며 터무니 없지 않다. 결국 노도철식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은 절대 극악한 인물들이 아니라서 극말미 그들의 용서와 이해가 보다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울 수 있으며 그들이 표현하는 캐릭터의 밋밋함과 단조로운 표현방식이 오히려 더 적절한 연기와 작가, 감독의 표현방식이 될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상황에 맞게 길들여진 극히 현실적인 인물들이 또 다른 상황의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조금 더 타인에 대한 이해력과 포용심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터무니 없는 반전과 거슬리는 스토리장치 없이도 노도철식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을 통해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